제 3화 - 독수리의 비행




제 3화
-
독수리의 비행


“뭐- 뭐야? 분명 산을 올랐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화양은 처음 몇 분 동안은 개코 원숭이들이 없어 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산 너머로 또 보이는 끝없는 산과 하늘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쭉 이어지는 가파른 지형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허억- 허억! 이화양, 좀 천천히 가!”

그러나 화양한텐 험난한 지형은 도전 그 자체였다. 나무 사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온 햇살의 온기를 받고, 덩굴을 그네 삼아 가지고 노는 모든 행동들이 재미있는 놀이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익숙한 나머지 셋은 화양이 정신 나간 말괄량이로 보일뿐이었다.

“너 아까 전 개코 원숭이 수십 마리랑 싸운 애 맞아?”

“그러게! 평소라면 일 분도 지나지 않아 지쳐 쓰러졌을 텐데 말이야.”

발에 탄력과 근육이 붙은 느낌이었다. 통통 튀어오를 때마다 다리의 힘이 불쑥불쑥 솟아올랐다. 심지어 리안까지 지쳐 숨을 가쁘게 내쉴 때, 화양은 즐비한 수풀들을 쓰러뜨렸다.

“얘들아? 이거 봐봐.”

“아, 이런.”

수풀 뒤에는 거의 절벽이나 다름없는 거대하고 울퉁불퉁한 회색빛 암벽이 있었다. 도저히 도전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리안이 길이 있을 법한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끝과 끝 모두 암벽이었다.

“오를 수밖에 없…”

“난 안 가. 차라리 집으로 돌아갈래.”

“지금쯤이면 거의 다 무너졌을 텐데?”

재밖에 남지 않은 덩굴 돔을 떠올린 류현은 주저 없이 암벽을 올랐다. 그 뒤로 자신만만하게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잡은 화양이 두 번째로, 한숨을 내쉬며 위를 쳐다본 리안과 혜성을 마지막으로 모두 암벽을 타기 시작했다.

유난히 그들한테만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에 땀이 등줄기까지 흘러내렸다. 화양은 후들거리는 손을 애써 다잡으며 아래를 쳐다보았다. 류현, 리안, 혜성 순으로 모두 그녀 아래에 있었다. 순간 이십 미터는 더 아래에 있는 것 같은 땅에 화양은 고소공포증을 느끼며 떨리는 숨을 내뱉었다. 화양은 아이들의 동태를 살펴보곤 질문했다.

“괜찮아?”

“괜찮겠냐! 다리가.. 다리가 후들거려…!”

화양은 고개를 치켜들고는 몇 미터가 남았는지 어림잡아 계산했다. 앞으로 오 미터. 볼록 튀어나온 부분들을 파악해 어느 곳으로 뛰어오르고, 어느 곳에 발을 기댈지 경로를 파악했다. 예사롭지 않은 눈초리에 걸려들지 않은 부분은 없었다. 화양은 높게 풀쩍 뛰어올라 옴폭 들어간 부분을 턱 잡았다.

“앞으로 오 미터 남았어! 힘들겠지만 계속 올라!”

팔이 후들거리다 못해 축 늘어진 리안이 눈을 번쩍 뜨며 느리게나마 암벽을 다시 올랐다. 화양도 오로지 암벽의 끝, 평지만을 바라보며 풀쩍 뛰어올랐다. 평지에 두 팔을 턱 올려 간신히 몸을 위로 끌어올렸다.

“허억.. 후우..”

그녀는 이후로도 빠르게 올라오는 류현과 리안을 지탱해주었고, 마지막 혜성은 가볍게 들어 올려 평지에 앉혔다. 올라온 암벽을 보니 새삼 어떻게 올라왔는지 그녀 자신에게 감탄이 났다.

“와, 대박. 저건 또 뭐야.”

감탄할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 앞으로 걸을 길을 바라보니, 길은 없었다. 오로지 낭떠러지, 암벽 그리고 높게 솟은 바위들로만 이루어진 광경이었다. 그리고 옆으로 길게 뻗어난 가지 각 모양의 절벽들 끝으로 우뚝 솟은 한 산이 보였다.

“저기가 중심부 맞지?”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어떻게 가냐? 길이 없는데.”

벌써 일어나 저만치 앞까지 나간 류현이 손짓했다. 화양도 일어나 암벽 밑을 보았다. 암벽 밑은 붉은 안개를 연상케 하는 먹구름 같은 안개들이 자욱해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혜성이 좀 더 자세히 보려 몸을 위험하게 구부렸다.

“잠깐만, 낭떠러지니까 위험할지도 몰..”

“으아악!”

이미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 있었다. 혜성은 갑자기 부서지는 흙에 팔과 몸이 아래로 쏠려 가파른 암벽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아무 생각 없이 리안과 류현도 혜성을 구하러 뛰어내렸고, 화양은 잠시 머뭇거리다 뛰어 내렸다.

휘이잉- 파스슷! 아찔하고 거친 공기가 온몸을 경직하게 만들었다. 마찰력에 의해 등이 아플 정도로 뜨거웠다. 화양은 아려오는 등의 감각에 실수로 크게 점프해 아이들 모두를 놓쳤다. 안개 속으로 몸이 잠식당했다.

‘아- 안 돼! 너무.. 너무 빨‥‥’

콰앙! 화양의 몸이 어떤 거친 표면에 쿵 닿았다. 고개가 홱 젖혀지고 몸이 기우뚱하자 표면이 한 번 구부려졌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화양은 본능적으로 중심을 잡고 거친 표면을 콱 쥐어 몸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표면은 안개의 밖으로 향해 뻗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쌩쌩한 바람이 온몸을 꿰뚫으며 화양과 맞닿았다. 화양은 비로소 자신이 타고 있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도.. 독수리?”

정교한 검은색 깃털들과 새하얀 깃털로 둘러싸인 머리 그리고 밝은 노란색 부리. 양쪽으로 화양의 두 배만한 날개들이 펄럭였다. 화양보다 몸집이 몇 배만한 독수리 한 마리가, 화양을 태우고 안개 위를 날고 있었다. 화양은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꺄아악- 아악!”

독수리고 뭐고 오로지 얄팍한 가지 하나를 잡고 줄줄이 늘어진 세 명이 보였다. 화양은 그들과 점점 멀어지는 독수리의 머리를 콱 쥐고 외쳤다.

“아직 세 명 남아 있어! 저쪽으로 가줘!”

독수리는 화양의 말을 이해하곤 셋을 향해 날개를 펄럭였다. 간신히 가지를 잡던 리안이 손을 놓으려던 그 때, 셋을 받치러 하강한 독수리가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고 셋을 등에 태웠다.

“뭐- 뭐야?”

“허억.. 독수리?”

독수리는 마지막으로 탑승한 류현이 제대로 몸을 지탱할 때까지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모두가 제대로 안착하자 독수리는 경고의 의미로 한 번 크게 울었다. 그 울음 이후로 그는 깃털이 곤두설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휘이잉- 휘익- 거친 바람이 불어왔음에도 독수리는 균형을 잃기는커녕 더 꼿꼿이 날았다. 가끔씩 구불구불 몸을 굽히고 펼치고, 안개에 발을 디뎌 밋밋한 흔적을 남기기도 하며, 미끄러지듯 옆으로 기울고 다시 급하강해 모두를 종이인형 조각처럼 나풀나풀 날리게 했다.

“대박- 완전 대박!”

“와하하- 아하하!”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화양은 잔뜩 흥분해 메아리치도록 외쳤다. 류현은 손가락을 모아 휘파람을 불었다. 이제 독수리는 몇 백 미터 높은 상공에서 중심부 산을 목적지로 부리를 내리고 날개를 활짝 펴며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살짝 기울어질 때면 날개를 한두 번 펄럭였고, 제어력을 잃고 휘휘 돌때면 더 거칠게 날갯짓했다.

“이번 난관이 이렇게 쉬울 줄이야.”

“근데 얘도 수인인가?”

사방이 평화롭고 고요했다. 모두는 한참 동안이나 날개의 끄트머리만 펄럭이는 독수리와 어우러지는 장관에 감탄하며 탄식을 흘렸다. 독수리는 이제 중심부 산과 아주 가까워졌다. 그러나 몸집이 거대한 독수리가 안착할 곳은 없어 보였다. 독수리는 급히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 곧장 나무들 사이로 달려들었다.

“꺄아악!”

몸이 몇 바퀴고 빙빙 돌았다. 아이들도 각자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의 등을 꼭 잡으며 몸이 붕 뜨고 기울여지는 걸 몸소 체험했다. 화양은 독수리의 목을 잡더니 빽빽한 나무들을 아슬아슬 통과하는 독수리에게 방향을 알려주었다. 독수리는 안정적이었던 방금 전의 비행과는 달리 매끄럽지 않게 실속했다.

“으윽- 제발 좀 천천히!”

“중심 잡아서 절대 놓지- 으악!”

바위와 바위를 건너뛰고 구부렸다 날아오르며 하강했다. 순간 땅바닥으로 미끄러지던 독수리가 갑자기 홱 몸을 젖혀 바닥에 털썩 넘어졌다.

“아얏- 아파라… 독수리야, 괜찮아?”

화양을 시작으로 모두가 벌떡 일어나 독수리한테로 달려갔다. 화양은 깊은 바다 같은 파란 눈으로 눈웃음 짓는 독수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곧 예상했던 대로 독수리의 몸집이 작아졌다. 노란색 부리는 입으로, 완벽히 분리되어 있었던 하얗고 검은 깃털은 앞머리만 하얀색이고 전체는 검은색인 머리카락으로 변했다. 그러나 아까까지 펄럭였던 날개는 줄어들기만 했을 뿐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등에 남아 있었다. 화양의 몸보다 몇 배나 더 거대했던 독수리가 이제는 말끔한 소년 모습이었다.

“휴우- 길을 잘못 찾아 들어갔네.”

“너도 역시 수인이었구나. 구해줘서 고마워.”

남자아이는 별 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며 환히 웃음 지었다.
“뭘. 근데 인간에, 안전지역에 사는 백마에, 덩굴 원숭이에, 호랑이까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궁금하긴 한데.. 대체 왜 온 거야?”

“아… 사정이 좀 있어서. 넌 이름이 뭐야?”

“은도한. 요새 되게 외로웠는데, 때마침 이렇게 친구 네 명이 왔네. 따라와. 내 집으로 초대할게.”




“여기가 네 집이야? 진짜 멋지다!”

도한의 집은 넓은 베란다와 정원을 가진 나무 오두막집이었다. 나무를 기둥삼아 높은 공중에 지어진 나무집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법했지만, 딱히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손질된 고기 덩어리들이 벽에 매달려 있었고 오밀조밀 끼어들어온 담쟁이덩굴이 벽의 절반을 감쌌다. 주방 가운데에는 노란 부리로 물어온 게 분명한 열매들이 묶여 있었다. 화양은 구경하느라 바빴지만 나머지는 모두 꼬르륵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손질된 고기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음… 정원에 나가서 캠프파이어라도 할까?”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 걸려 있던 고기는 모두 원정대의 뱃속에 들어갔다. 도한이 지하실에 재워둔 꿩 고기는 캠프파이어 위 꼬치가 되어 지글지글 구워졌다. 화양은 꼬치를 불 속으로 집어넣으며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을 꺼냈다.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이 생명의 숲에 다양한 수인들이 공존하며 살잖아. 수인들 중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 아니 동물. 음… 그냥 사람. 그래. 가장 힘이 센 사람이 누구야?”

“잔말 말고 당연히 강태양이지. 맞지?”

리안은 다른 아이들이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곧장 질문에 답했다. 다른 아이들도 그녀의 대답에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녀는 손과 손을 붙잡고 강태양을 추앙하듯 말했다.

“그 남자가 수인들 중에서도 가장 센 호랑이 수인이야.”

“호랑이? 하긴...”

강태양. 화양에겐 그저 조금 특이한 이름이었을 뿐이었으나, 혜성은 쥐고 있던 꼬치를 먹으려다 강태양 소리를 듣고는 멈췄다. 옆에서 리안이 꿩을 껌 먹듯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강인한 건 물론이며 생명의 숲을 아름답게 다스리시는 분이지. 본 적은 없지만 항상 동경하고 있어.”

“아무렴. 그렇게 억제받기 싫은 나도 강태양이 숲을 다스린다면 그건 인정이지.”
한동안 이야기의 주제는 강태양의 무용담으로 계속되었다. 화양은 이명이 도는 귀를 긁적이며 허울뿐인 이야기에 비웃었다.

“시속 오십 미터로 달린다고?”

“어! 완전 빨라서 보이는 게 흐릿한 형상 밖에 없대!”

‘자기도 그러면서. 게다가 지 최고 속력은 백 미터도 넘는데‥‥’

이번에는 마치 오랜 전설로 추앙하는 류현의 호들갑에 질문했다.

“덩굴을 타고 산을 날아오르고, 쪽수에 절대 안 밀린다고?”

“응. 예전에 개코 원숭이들이랑 싸우는 걸 우연히 본 적 있는데. 완전 멋졌어. 전장을 누비는 용사였다니까!”

‘자기 얘기 아냐?’

화양은 의문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좀 더 들어보라며 강요하는 리안 덕에 꿩 꼬치 하나를 더 내어먹었다. 다시 들어보니 저렇게 열성 팬처럼 환호하는 게 조금은 이해가 가는 듯했다.

“행복하네. 가끔씩 이런 평화도 있어야지.”

화양은 주위를 한 번 스윽 둘러보았다. 어두운 나뭇잎이 가득한 주변.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 그리고 옆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들. 지루한 도심에선 너무나 진귀한 모습들이었다. 한없이 소중한 기억뿐인 숲에서 겪었던 일들이 절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음 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캠프파이어를 채웠다. 재잘대는 아이들 중앙에 나무 장작이 타닥거리며 타들어갔다. 주위에서 여섯을 공격하고 싶어 하는 미지의 생명체들도, 여섯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고 싶어 하는 어둠에 물든 밤도, 그 환한 곳에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유일한 방어막이 된 셈이었다.

그 캠프파이어로 이루어진 평범한 담소들과 평화로운 밤이 그 여섯에게 가장 소중한 것일지, 그들이 무엇을 뒤바꿀지, 무엇을 지켜낼지. 그 때 당시 알기라도 했을까.



* * *



“아직까지 못 찾은 것이냐!”

방금 막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연구소장이 쩌렁쩌렁 성을 냈다. 지난 이틀, 묘연해진 화양의 행방에 연구소는 떠들썩해졌고, 화양이 화물선에 타는 게 포착되자 더욱 떠들썩해졌다. 연구소장은 씩씩거리면서도 자꾸만 떠오르는 최악의 상황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골든타임은 며칠도 더 지났다. 화양은 돌아오지 않았고, 한낱 괴물들로만 보이는 생명체들이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었다.

“소장님, 어떡할까요. 환경부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자꾸만 방해합니다.”

“무시해! 이번 추적 팀에는 나도 따라간다. 얼마나 깊게 들어갔는지 도저히 예상하지 못하겠군. 만약 화양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연구소장은 주먹을 꽉 쥐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잔뜩 힘이 들어간 주먹에 핏줄이 단단히 솟아올랐다. 연구소장은 멍하니 서 있는 연구원의 어깨를 탁 치며 외쳤다.

“빨리 모든 연구 물품들을 챙겨!”

수류탄, 총, 그물 포획망, 탱크, 자동차 등 모든 무기들과 운송 수단들을 챙겼다. 연구소장의 딸이 위험하다면 연구소 내에서의 상황은 적어도 데프콘이나 진돗개 발령이었다. 붉은 안개가 목적지라며 외치는 연구소장을 무언가가 몰래 지켜보았다.

까악- 몰려올 수많은 죽음을 예상한다는 듯이 까마귀가 울어대며 날아갔다.

날아간 까마귀는 높게 날아 깊게 자리 잡은 안개 위로 지나갔다. 불씨가 완전히 가라앉았으나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린 덩굴 미로의 남은 가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나무에 걸터앉아 몇 번 울기도 하며 계속해서 어딘가로 날아갔다.

새는 순식간에 어두운 복장, 초점 없는 새까만 눈, 칠흑 같은 어두운 머리카락을 가진 한 소년으로 변했다. 소년은 나무 옥좌에 다리를 꼬며 앉아 있는 한 남성에게 무릎을 꿇고 상황을 보고했다.

“군주님, 현재 인간들이 붉은 안개 쪽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 목적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아무래도.. 한 계집애 같습니다. 이름이 이화양이라고‥‥”

남성은 비웃는 웃음소리를 픽 내더니 옥좌의 표면을 스윽 만졌다. 그는 꼰 다리를 원상태로 풀며 옆에서 무릎을 꿇는 자신의 부하, 수인들 수십 마리를 바라보더니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고맙다고 전해야겠군. 드디어 때가 됐어.”

무표정의 까마귀가 침을 꿀꺽 삼켰다. 남성은 눈을 감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를 회상하듯 추억에 젖었다. 눈을 뜨자 강렬한 붉은 루비 색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색과는 달리 물씬 풍기는 추운 분위기에 모두가 오한에 서렸다. 남성은 부하 한 명이 건네는 호랑이 가죽을 보란 듯이 걸치더니 중얼거렸다.

“내 아내와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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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12-06 21:04 | 조회 : 31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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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Ey_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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