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에델바이스와 아델바이스 (2)

에델바이스, 그리고 아델바이스.

재이랑 채은이라는 이름은 계속 쓰기는 힘들 것 같아서 가명을 만들었다.

재이도 꽤 만족하는 것 같다.

애칭은 각각 에델과 아델.

그러니까 사실은 갑자기 아늑하고 따스한 오두막에 갑자기 들이닥쳐 아침부터 이름을 가르쳐 달라한 트로웰에게 이름을 알려줬더니 발음하기 어렵다고 이름을 새로 만드라는 짜증 아닌 짜증 떄문이랄까.

"아델.
오늘은 신전에 가자."

"응.
근데 무슨 신전?"

"마신의 신전."

처음에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울고 불고 난리를 쳤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좀 적응했는지 내 말을 잘 따르고 있는 동생이다.

"마신이면, 카노스..?"

내가 죽어라 옛날 이야기로 위장한 카노스 희생설을 들려주었기 때문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사실 처음 이야기를 해준게 6년 전이라 당연하다 싶다만, 우리는 이제 18살과 13살이 되었다.

만나이 아니다.

한국나이로.

지나가던 짐마차에게 은화를 내고 신전에 도착했다.

역시 생각하던 대로 웅장했고, 장엄했으며 아름다웠다.

신관에게 인도 되어 기도실에 도착했고, 아델이 여기저기를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는 동안 나는 아빠다리를 하고 시큐엘 몇마리를 소환해 풀어놓았다.

마나의 그릇이 커져서 시큐엘을 최대 7마리까지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내 계획은 이렇다.

신력, 성력과 정령의 힘은 반대되니 이렇게 거슬리는 게 있으면 알아서 찾아오겠지.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

1시간 후…

아무 일 없었다.

2시간 후…

시큐엘 소환을 유지하는 게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3시간 후…

재이가 집에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4시간 후…

계약은 하지 않았지만 엘퀴네스랑 트로웰도 부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시간 후…

"아 씨발 이 마신 새끼가 좀 쳐나오라고!!!"

"나 불렀니?"

꺄아아아아아악!!!

마음 속으로 소리를 지른지 어언 1초.

난 바로 상황파악을 완료하고 무릎을 꿇어 사정사정해서 문장을 달라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주지않았다, 고 하면 될까나.

검은 옷자락을 찢어지게 붙잡고 딱 1년 동안만 문장을 주라고 했다.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엄청 재밌는 아이구나?
위압감이 장난이 아닐텐데 그걸 버티다니.
베짱이 두둑한 건지 용기가 넘치는 건지 모르겠는걸?"

진지했다.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르게.

싸늘한 농담도 없었고 장난도 없었다.

들리는 건 차가운 말소리와 지금은 기도실에서 나가 있는 아델의 발소리.

"…"

"줄게 문장.
대신 해줘야 하는 일이 있어.
루카르엠이라고 내 대리인인 마족을 하나 보내줄게.
둘이서 마계 수사 좀 해줘."

"..알겠어요.
근데 문장은..?"

그는 내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이게 뭔 짓거린가 하고 밀쳐내려는 찰나, 무언가 물컹하고 부드러운게 쇄골에 닿았다.

그리고는 카노스는 내 뒷목을 물었다.

까득.

"읏."

내가 작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어둡고 탁한 기운이 온 몸의 혈관을 따라 흐른다 싶더니 결국은 첫번째 시큐엘과 계약한 날보다 더 큰 고통을 선사해줬다.

너무 큰 고통 탓에 뭐라 말하지도 못했고,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일단 힘은 줄여줄게.
약속 안지키면 그 기운 다시 풀어놓을 거니까 조심해."

"헉. 허억…"

싸늘한 한기로 뒤덮인 신전의 기도실에서, 난 새까만 물감으로 칠한 듯한 카노스의 눈동자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엘에서 카노스 사연을 가진 캐릭터 아니었었나?

"..많이 외롭죠.
힘들잖아요."

"그 말을 내게 하는 저의를 모르겠는데.
일단 신이라는 직책이 좀 쓸쓸하긴 해.
그런데 다른 이들과 다르게 네 생각은 읽어지지 않아서 말이야."

그의 말 하나 하나에 그리움과 공허함이 묻어 나왔다.

나에게 누군가를 비춰 보는 걸까?

"그냥.
아플 것 같아서 그래요."

"넌 신경 쓸 바가 아니야.
인간들은 인간들만의 삶이 있는 것처럼 신들도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기어오르지 마.
미천한 인간의 아이야.
네가 간섭할수 있는 선을 이미 넘었어, 너는."

카노스는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갑자기 물 밀듯 고통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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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11-27 03:43 | 조회 : 166 목록
작가의 말

이어서 두번째 편!! 아 맞다, 맞춤법이 틀린 구간이 있다면 @쳐서 알려주세요 고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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