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사나이
나는 피리를 불며 쥐들을 이끌던 사나이와 비슷한 모습이 되었다
바로 나를 중심으로 쥐 대신 커다란 것들이 졸졸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슬쩍 쳐다볼 정도이다
"너네 왜 따라오는 거야..?"
"그냥?"-마츠카와
"하키나쨩이랑 같이 놀라고!!"-오이카와
당당하고 뻔뻔하게 이유를 정확히 알려준 오이카와
정말 고마워서 뒤통수를 쳐주고 싶네
"오야~? 하키나는 저희랑 놀기로 했는데요~??"-쿠로오
라며 나의 왼쪽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근데 우리랑 노는 게 더 재밌을걸~??"-오이카와
라며 나의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린다
나는 이 둘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러면 니네들끼리 다녀. 난 다른 데 간다"
"어디가게?"-이와이즈미
"시라토리자와"
하키나의 말에 세죠삼넨세의 표정이 뒤통수를 맞은 표정을 짓는다
"거..거기는 왜?"-하나마키
"거기는 안돼!! 위험해!!!"-오이카와
"위험하지는 않은데"
"아니야! 위험해!!"-오이카와
"설마 벌써 우리를 버리고 떠나는 거 아니지..?"-쿠로오
"음..계속 이렇게 나 가지고 싸우면 갈 건데?"
"..가지 마.."-켄마
켄마는 나를 붙잡는다
아
내 마음이 흔들렸다
내 약점은 내 기준으로 귀여운 애들이다
히나타라든가 야치라든가 켄마도 포함이다
넘어갈 뻔 했지만 견뎠다
"..그러면!!"
외치고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낸다
"동전 던지기. 앞뒤 골라봐"
잠시 고민하더니
"앞"-쿠로오
"뒤"-오이카와
그리고 동전을 던졌다
핑-하며 소리가 나며 공중에서 돌고 떨어지는 것을 손으로 잡았다
손을 펴보니 동전은 뒷면을 보였다
한쪽은 환호성을 지른다
"진짜 갈거야?"-리에프
"19명이 몰려서 다니는 것도 민폐니깐 가야지"
"바바~"
라며 손을 흔든다
.
.
.
30분전 그냥 네코마애들이랑 다니기로 할걸
후회중이다
왜
왜
왜!!!!!!!
드레스카페에 가는 건데!!!!!!!!
라며 투덜거리는 중이다
삼넨세들은 나를 붙잡고 끌고간다
쿠니미도 귀찮음과 한심함이 섞인 표정으로 지켜볼 뿐이다
야하바도 신난 듯이 졸졸 따라온다
'나는 안 신나;;!!!'
하지만 이미 드레스카페에 들어와있다
"난 그대로 있을게. 갈아입고 와"
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응아니야라는 의미 같은 웨딩드레스 한 벌을 건네받았다
"이걸 입으라고? 레알?"
A라인의 어깨와 등이 노출되어있는 새하얀 웨딩드레스이다
망했다
취향저격당했다
차라리 내 취향이 아니었으면 하는데 딱 내 취향인 드레스를 가지고 와서 말문이 막혔다
"음..드레스는 이쁘네"
아…넘어가버렸다
결국 탈의실에 들어가서 입고나온다
전신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훑어본다
완전 내 취향...
안 입을 수 없다
신나게 거울을 보며 패션쇼를 하면서 머리에 하얀색 꽃장식을 하며 잔득 꾸민다
반지에다가 목걸이도 하며 바로 식을 올려도 될 정도의 퀄리티로 꾸민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난 듯 애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빼꼼 얼굴만 내밀어서 보니 애들이 다 턱시도를 입고 얘기를 하고 있다
저들한테 가기에는 왠지 모르지만 떨리고 두렵다
첫번째, 생각보다 애들이 턱시도랑 잘 어울리고 진지한 분위기니깐 뭔가 낯설다
두번째, 의상이 예쁘지만 어깨와 등의 노출이 있다
세번째, 싫다고 한 거 치고 내가 완전 열심히 꾸몄다
머리장식을 그냥 얼른 빼고올까 하며 뒤를 돌아보다가 얼굴을 부딪혔다
사람같은데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들어서 보니 쿠니미다
"쿠니미..?"
잘 안어울리는 나비넥타이를 한 것을 보고 웃음이 나올 거 같다
"잘 어울리네요. 가죠"-쿠니미
"나비 넥타이..ㅋㅋㅋ 그냥 넥타이 하는 게 나을 거 같아"
라며 넥타이를 가지고 온다
"넥타이 맬 줄모르는 데요"-쿠니미
아 교복은 지퍼달린 거지
"그럼 내가 매줄게"
라며 넥타이를 와이셔츠 카라에 넣고 한바퀴를 두른 뒤 넥타이를 만지작 거린다
"안..돼.."
아무리 해도 넥타이가 저대로 되지 않는다
"잔만 그러면"
라며 쿠니미의 등 뒤로 가서 넥타이를 다시 맨다
"아 됐다~"
항상 내꺼만 하니깐 남에게 해주는 게 헷갈린 것이었다
뿌듯한 표정으로 넥타이를 정리해준다
"쿠니미?"-킨다이치
"아"-쿠니미
"둘이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킨다이치
별거 안 했는데..?
"에??하키나 쿠니미랑 있었던 거였어??"-야하바
결국 발각되어서 모두가 있는 쪽으로 끌려간다
나온 내 모습에 잠시 감탄을 하다가 오이카와가 크흠거리고 말을 시작한다
"자! 쿠니미쨩이랑 뭐했는지 말해봐"-오이카와
삐진 표정을 한 오이카와
"넥타이 매줬는데"
"그리고"-오이카와
"끝"
별거없다고
"으음…"-오이카와
지금 나에게 뭐라고 해야하는 지 생각중인 오이카와
"쿠소카와. 별일 아닌데 뭐라하지 좀 마"-이와이즈미
"에엥.."-오이카와
"근데 싫다고 한 거 치고 엄청 열심히 꾸몄는데?"-마츠카와
마츠카와가 내 손을 잡고 반지를 본다
하얗고 가는 손가락들 중 새끼손가락에 작게 보석이 있는 반지가 있다
아
나는 얼른 잡혔던 손을 뿌리치고 변명할 걸 찾는다
변명이 생각안 난다!!
"기분이 그냥 업 되서 그냥 꾸몄는데..?"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해?라고 묻는다
"아니 전혀"-삼넨세
어이구 칭찬 감사합니다
"근데 우리가 옷을 골라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하나마키
긁적거리며 내가 입은 옷을 가리킨다
쇄골과 날개뼈가 선명히 보인다
"그래도 어울리잖아"
"미리 입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네"
라며 이리저리 드레스를 들추고 훑어본다
"자 이제 사진사진!!"-오이카와
단체샷으로 찍는다며 나를 센터에 앉히더니 양옆에 쪼르르 선다
"자 여기 부케"-하나마키
하나마키가 민트색인 꽃으로 된 부케를 나에게 건네준다
"에? 부케까지?"
라는 말과 다르게 이미 부케를 들고있다
하나둘셋
셋에 맞혀서 사진이 찍히는 찰칵이라는 소리가 났다
"자 이제 하키나쨩이랑 찍을래!!"-오이카와
"나랑?"
"응!! 나중에 하키나쨩한테도 보내줄께~"-오이카와
'불안한데..'
불안하긴 해도 거절하지 않고 그냥 수락한다
"혹시 그러면 오이카와상이 원하는 포즈 해줄수 있어?"-오이카와
거절할 걸
오이카와는 나에게 다가와서 내팔을 자신의 어깨를 잡게했다
너무 가깝다
"이대로?"
"이대로 찍자~"-오이카와
라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이마가 맞닿았다
차라리 빨리찍고 끝내는 게 낫지
찰칵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바로 떨어진다
"에 벌써 떨어지는 거야??아쉽다~ㅜㅜ"-오이카와
울상인 표정을 짓는 오이카와
"나랑도 찍자"-마츠카와
"아? 응"
그리고 나를 번쩍 든 마츠카와
놀라서 욕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다
"자 이대로 찍죠 신부님?"-마츠카와
"앞으로 수녀가 되겠습니다. 신랑님?"
그리고 세이죠 모두 다 각각 투샷으로 찍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