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좋은 기회

"안녕하세요. 하키나 메이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갑자스럽게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고 다시 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그들의 기억속에서는 싸가지없는 예의없는 사람으로 남기는 싫다

그러기에 최대한 예의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내 인사에 모두 조금씩 웃거나 고개를 끄덕거린다

분위기를 봐서는 대충 합격인 느낌이 든다

안도의 한숨을 작게나마 쉰다

"미안. 오늘 처음 만났는데 일을 시키고.."-코모리

"괜찮아요! 이런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나는 밝게 방긋 웃었다

"그래도 의외네. 그 녀석이 매니저일을 시키고"-코모리

"?"

"우리 부에 매니저 없는 거, 그 녀석이 엄청 싫어하거든"-코모리

그의 말은 나에게 수많은 생각을 던져줬다

그럼 나한테는 왜?

같은 괴물이 아닌 인간이 날?

괴물의 계약자도 아닌거 같은데?

등등 나에게 수많은 추리가 나왔지만 다 아니다

"너가 마음에 든 경우가 아니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걸"-코모리

마음..

방금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에이 설마 그 사람이?

근데 그런사람이 처음 본 나에게 이런일을 시킨 거를 보면 코모리의 말이 가장 정답과 가까운 같은 답이다

하지만 내가 부정할 것이다

"에이.. 농담도 하지마세요"

"농담 아닌데"-사쿠사

분명 스트레칭을 하고 있어야 할 사쿠사가 바로 내 뒤에서 내 머리위에 자신의 머리를 올리며 붙어있는다

'이 사람 결벽증이라매!!'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결벽증이 루머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얘가 깨끗해보여서"-사쿠사

글쿤요.. 깨끗..

그가 말하니 그렇게 칭찬으로 들리다기 보다는 그냥 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러면 코모리상은요?"

"….더러워"-사쿠사

예?

뭐지, 나

나의 존재가 궁금해진다

"축하해. 저 녀석이 사람한테 깨끗하다고 한 거는 처음이야"-코모리

별로 축하할 거는 아닌 거 같습니다..

어쩌다 인정받은 사람이 되었다

.

.

.

"삐이익-!!"

높은 음의 호루라기 소리가 체육관 전체를 시끄럽게 맴돌았다

그리고

"2대 1로 이타치야마 승리…"

벤치에 앉아서 보던 나는 작게 중얼거린다

후쿠로다니를 이겼다

역시 전국 3대 에이스인 거 같다

그들은 땀을 흘리며 벤치쪽으로 돌아왔다

나는 잠시 감탄을 하다가 수건과 물병을 챙긴다

그리고 한번에 다 들어서 한명, 한명에게 갔다주며 수고했다는 말을 한다.

"코모리상! 여기 수건이에요"

나는 손등으로 뺨에 흐르던 땀을 닦던 코모리에게 수건을 건네준다

"고마워. 하키나"

"나는 안 주냐"-사쿠사

사쿠사가 바로 내 뒤에서 말했다

아 맞다

가장 경계를 했던 그의 존재를 깜빡해버렸다

그리고 흠칫한 내 손에 있던 드링크가 주위에 묻었던 물 때문에 미끄러져버렸다

미끄러진 드링크는 데굴데굴 굴러 근처에 있던 아카아시 근처에 가버렸다

그리고 아카아시는 자신에게 굴러오던 드링크를 주워 내 쪽으로 다가온다

"여기"-아카아시

"감사합니다. 아카아시상"

나는 아카아시가 건넨 드링크를 받았지만 사쿠사는 바닥에 떨어져서 데굴데굴 굴러서 먼지를 잔득 묻은 드링크를 받을 리가 없을 것이다

나는 받은 거 대신 다른 드링크를 사쿠사에게 건넨다

사쿠사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혹시..뭐 잘못이라도 했나요?"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얘가 준거 안 받고 뭐해?"-아카아시

아카아시의 말에 아무말 없이 내가 건넨 드링크를 받았다

뭔가 아카아시 말은 잘 듣는 거 같아보인다

엄청난 대형견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카아시는 조련사라고 해야하나..

에이스 2명을 조련하는 거 같다

.

.

.

"오늘 정말 고마웠어~"-코모리

코모리 말고 다른 부원들도 나에게 수고했다고 한마디씩 말한다

감독님도 나를 마음에 들어한지 만약 근처로 이사오면 이타치야마의 배구부 매니져의 자리는 언제나 열려있으니 환영이라고 한다

나는 웃으며 알겠다고 한다

그리고 전화번호나 라인 아이디를 주고받으며 다음에 도쿄에 올라오면 언제나 부르라고한다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이다

사쿠사는 나에게 아무말도 없고 그냥 구석에만 있는다

원래 저런 사람이겠지라는 생각으로 그것을 가볍게 넘겼다

다른 몇명은 여기에서 미야기까지 꽤 먼데 괜찮냐고 묻는다

텔레포트하면 10분이면 충분한데..

그래도 이런 걱정도 고맙게 느껴진다

"괜찮아요. 도쿄랑 미야기 현을 왔다갔다 하는 거는 이제 익숙하거든요."

나는 모두와 작별인사를 한 뒤 사람이 없는 곳으로 걷는다

주위에 진짜 아무도 없을 때 나는 텔레포트로 바로 내 집으로 이동한다

집에 도착한 나는 반 남겨놓은 피를 다시 마신다

그리고 옷은 대충 던진 뒤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갈아입고 침대에 누우니 매미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7시 정도 됐는데 아직도 열심히 열창 중이다

'그 사람들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때 나는 그들중 두명을 한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마주할 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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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7-29 21:22 | 조회 : 1,932 목록
작가의 말
먕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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