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렇게 되서 며칠동안은 못 오게 되었어요."
나는 담임선생님께 많은 글자와 싸인이 있는 종이를 건네준다
선생님은 종이에 있는 내용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이제 반으로 가도 괜찮다고 말을 한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한 뒤 교무실에서 빠져나와 천천히 교실로 걸어간다
''결국 가는구나…''
뭔가 나의 양심에 찔려서 별로 기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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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야마, 네게 청소년국가대표 강화 합숙에 참석하라는 연락이 왔다"- 다케테
"청소년 대표?!"-모두.
모두 놀라워 하며 카게야마를 쳐다본다
나도 놀라웠다
설마 같이 가야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하나 말을 하지 말까 고민이 든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남자배구고 나는 여자배구일 것이며 숙소나 체육관도 다르다
굳이 말해서 소란을 더 크게 피우기에는 내 취향이 그다지 아니다
나는 그 이야기는 꾸깃꾸깃 다시 넣어버린 채 카게야마에게 축하한다고 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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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넓으며 매우 세련된 디자인으로 된 체육관 안
모두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저마다의 뛰어남을 가지고 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그럼 감독님. 한말씀 해주시죠"-코치
"그래, 그래.어차피 아저씨들 얘기는 지겹도록 들었을 테니까 짧게 끝내지."-히바리다
인자해보이는 듯하지만 오랫동안 운동을 한 것이 티가 나는 몸을 가지신 감독님이 들어왔다
모두 비장한 표정으로 감독님을 쳐다본다
"음..다 온 건..응? 한명이 없는데?"-히바리다
한 명이 없다는 소리에 모두가 눈치를 주고 받고 있다
청소년국가대표들이 모인 자리에 지각이나 자리를 비우는 망행을 할 정도로 배짱이 큰 사람이 누구인지 하나 둘씩 의문을 가진다
코치님과 감독님은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 때 두 사람의 목소리만 들렸던 체육관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이 모두 집중이 되고 카게야마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왜 남자배구라고 얘기를 하지 않으신거에요..히바리다 감독님.."
나는 힘들지는 않지만 힘든 척 숨을 헥헥 뱉으며 뛰어온 척을 열심히 연기한다
"내가 깜빡하고 말을 안 했네~"-감독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가방을 그대로 맨 채로 모두가 모여있는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감독님은 나를 자신의 옆에 세워서 모두에게 소개를 해준다
?
"이제 다 왔군. 이 아이는 성별이 달라도 실력이나 힘은 너네만큼이나 뛰어나서 그냥 이쪽으로 데려운 애니깐 그렇게 알도록."-감독
한번에 주목되는 자리에 받는 시선
이렇게 많은 시선을 받는 것은 거의 일상이지만 이러한 시선은 언제나 나를 부담스럽고 껄끄럽게 느껴진다
나는 감독은 그렇게 말한 뒤 몇가지 더 설명 뒤 자율연습을 시키고 나간다
아마 스크린으로 개인의 배구 방식이나 장점, 단점을 점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네들이 빠지면서 며칠동안 함께 할 팀원들과의 교류를 해보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나는 구석에 내가 들고온 가방과 겉옷을 벗어 가지런히 정리해둔다
"이름이 뭐고??"-아츠무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하키나 메이카입니다."
"우와. 글케 딱딱하게 말할 필요 없다"-아츠무
뭐지 이 사람..
나는 신기하듯 그 사람을 올려다본다
저번에 봤던 잡지에 있는 사진을 봤을 때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묘하게 여우와 같은 느낌이 든다
?
조상 중에 여우와 관련된 요괴가 있나?
묘하게 홀리는 매력을 지니는 듯 하여 드는 나의 추측이다
"내 얼굴에 뭐가 붙었나?"-아츠무
"아! 아뇨. 그 쪽 이름이 미야 아츠무 상 맞으시죠?"
"그래. 내 맞다"-아츠무
그리고는 묘한 웃음을 짓는다
"넌 표지션이 뭐야?"-호시우미
어디선가 나타난 하얀색의 머리에 보쿠토와 얼추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한 사람이 나에게 묻는다
"세터요."
세터라는 말에 살짝 긴장을 푼 모양이다
"키는?"-호시우미
"167cm.."
?키 얘기에 입꼬리가 살짝 꿈틀 되는 것이 보인다
나보다 크다고 그러는 건가...
"최고 도달점은??"-호시우미
"352cm…였나?"
그때 다른 사람들이 한 번 해보라고 해서 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외우지를 않았다.
"카게야마, 나 몇 cm인지 기억나?"
"353cm였는데?"-카게야마
아 그렇구나…
사실 이 상태로 5m도 가뿐히 뛸 수도 있지만 그냥 적당히 하자라는 생각으로 대충 뛰었었다
근데 왜 다른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으로 보고있는 거지..
"글케 높이 뛰나??"-아츠무
살짝의 호기심이 섞인 눈으로 나에게 묻는다
음..귀찮아질 예정을 지금에야 눈치를 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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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점심시간
나는 가방에서 나만의 식사를 들고 카게야마와 같이 밥을 먹으러 간다
카게야마가 배식을 받고 앉은 자리 마주편에 나도 앉는다
나는 한쪽 턱을 괸 상태에서 나만의 식사를 마시며 맛있게 먹고 있는 카게야마를 지긋이 지켜본다
"미안해. 말 안해서"
"응? 별 상관없는데?"-카게야마
"그러면 다른 사람들한테는 뭐라고 말하냐…나 집안사정으로 못 간다고 했는데"
나는 작게 한숨을 쉰다
근데 내가 여기 온 이유를 크게 보면 집안사정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모두에게 그렇게 말하고 온 것이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겠지?"
카게야마는 나의 물음에 양 볼이 빵빵한 채 우물우물 씹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카게야마가 다 먹는 동안 나는 턱을 괴며 쳐다만 보고 있는데 누가 나의 등을 톡톡 두드린다
"하키나! 이제 인사하네."-코모리
코모리는 밝게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헉 코모리상, 안녕하세요!"
"앞에 앉아있는 카게야마라는 애랑 아는 사이야?"-코모리
"네, 같은 고교에요. 쟤가 배구부고 저는 그 매니저거든요."
"오호, 다른 애들은 너네 둘이 사귀는 거 같다면서 그래."-코모리
하하
내가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다
"대체 무슨 논리로…저희 사귀지 않고 저희 둘 다 애인을 구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나는 손사래를 하며 질색인 듯 말한다
"근데 너는 왜 매니저를 해?"-사쿠사
코모리 옆에 있던 사쿠사가 대답하기 가장 애매한 것을 묻는다
"음..저 만의 여러가지 사정…?"
나는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듯 꼬치꼬치 캐묻기 어렵게 대답을 한다
구체적인 거짓말은 나중에 기억하기도 힘들고 내가 그 거짓말에 맞추어야 하니 귀찮다
코모리는 내 옆에 앉는다
"근데 하키나가 와서 엄청 놀랐어!"-코모리
"저는 설마 남자배구에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요.."
나는 애꿎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대화를 한다
대화를 어느정도 나누다보니 카게야마는 다 먹고 일어섰다
"카게야마 다 먹었어? 이제 갈게요"
하키나도 같이 일어나 카게야마를 따라 나갔다
점심시간으로 조금은 휴식시간이 있다
그래도 카게야마가 바로 향한 곳은
?다시 체육관
"정말 또 연습할거야...?"
?나는 지친다는 듯이 카게야마에게 묻는다
"? 당연하지"-카게야마
정말 대단한 끈기네..
그녀도 앞머리를 뒤로 한번 쓸어 넘긴 뒤 입고 있던 겹옷을 벗어던진다
"도와줄께. 네가 하고싶은 거, 나는 다 할 수 있으니깐"
?그리고 머리를 다시 단단하게 묶는다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도와주는 게 내 최선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