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저녁시간

"탁하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

아침에 본 깨끗했던 하늘색 물에 검은색 물을 몆 방울 떨어뜨린 거 같다

탁한 하늘색

좀 있으면 하늘색은 검은색에게 잡아먹혀 약간의 푸른 빛이 섞인 하늘로 바뀔 것이다

벌써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나?

나는 주머니에 넣고 있었던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킨다

화면 속에는 7시 34분이라고 표시되었있다

아직 여름이 가시지 않아 7시 반인데도 아직까지 밝다

겨울이였으면 이미 하늘색은 검은색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다

이 계절도 언제쯤 변할까?

혼자 상상의 나라를 펼치며 복도를 걷는다

나머지 분들은 다 식사시간이여서 아마 식사 중이다

카게야마?

카게야마는.. 버리고 왔다..

카게야마는 혼자서 잘 먹으니 난 중간에 몰래 탈주한 것이다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중간에 사람을 마주칠 거 같은 기분에 밖으로 나가는 출구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바깥 공기는 덥다기 보다는 미지근하다라고 해야하나?

그냥 평범하다

근데 나가서 마주친 상대는?

평범하지가 않네…~

마스크를 쓴 채로 밖에 나와 누군가와 통화 중인 거 같다

그가 뒤돌아 서있어서 내가 나온지 모른 상태이다

다시 돌아서 들어갈까 살짝 고민을 하며 사쿠사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나는 들어가지 않고 계단에 내려왔다

왜냐하면 계단 옆에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이 체육센터의 마스코트같은 아이인 거 같다

목줄에다가 먹이를 많이 줬는지 살이 포동포동 쪄 있고 오늘 온 낮선 내가 만져도 고롱고롱거린다

목줄에 달려있는 이름표를 약하게 잡은 뒤 본다

"나고영…풉ㅋㅋㅋ"

나는 입을 꼭 닫으며 웃음을 찾는다

생각치도 못 한 이름에 지어준 사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포동포동하게 찐 나고영이의 뱃살을 만지며 다른 한손으로는 휴대폰을 켜서 카메라어플에 들어간다

그렇게 첫 장을 찍을려는 순간

"뭐하냐"-사쿠사

?

몸을 돌리면서 카메라는 사쿠사를 향했고 나도 모르게 사진 찍는 버튼을 눌러버렸다

뚠뚠한 고양이 대신 시커먼 사람 한명이 내 갤러리에 저장되어버린 것이다

"나고영이랑…노는 중인데요..?"

사쿠사는 내 말에 살짝 인상을 쓴다

고양이 탓인가…? 내가 실수라도…?

"말할 거면 존대나 반말 중에 하나만 하지"-사쿠사

네..???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내가 방금 했던 말을 떠올린다

나는 ''나고영이랑'' 이라고 말했지만 그에게는 아마 ''나 고영이랑''으로 해석한 모양이다

"아, 이 고양이 이름이 나고영이에요. 그래서 아까 전에 그렇게 대답했고요."

내 말에 사쿠사는 대답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고있다

그의 시선이 신경쓰이지만 나는 다시 방향을 돌려 고양이 사진을 찍는다

주관적으로 보면 못생겨서 귀여운 이 나고영씨…

사진에도 못생김이 뿜뿜 나와서 너무 귀엽다

우리 고영씨는 너무 귀여워서 좋은데…

뒤에 계시는 분이 밥 안 드시러가고 계속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사람들의 시선을 물체로 표현하면 히나타나 야치는 솜같이 부드럽다고 하면 사쿠사는 화살표 같다

누구를 쳐다보는 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그 당사자는 화살표에 콕콕 찔리는 것같은 기분을 주니깐 내가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하기 어렵다

"사쿠사상은 밥 먹으러 안 가세요?"

"…..너는 안 먹냐."-사쿠사

"네. 저는 안 먹어도 괜찮아요."

....

또 침묵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대답도 안하고 그냥 들어갔다

"후…"

사쿠사의 발자국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숨을 크게 내뱉은다

'내가 자기보다 나이 많은 거 알면 무슨 생각할까…'

내가 그보다 나이가 2살 더 많다는 생각에 내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

사쿠사는 만 17세 나는 만 19세

한국은 연 나이로 따지니 한국에 가면 나는 21살이다

내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 있었다면 얘네들은 음료수 마시는 동안 나는 술을 까고 있을 나이이다

생각해보니 21이신 분이 일본에서 만 16세인 척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니…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다

나이를 생각하자니 현타가 온 것이다

그 당시 학교를 가지 않아서 몇년을 꿇었더니 지금 이 상태라니…

나이차… 나중에 가면 점점 더 커질건데 나이차에 대한 생각은 버려야겠다

"냐아아~"

고양이가 내는 소리에 깊고 어두운 생각에 잠길 뻔한 정신에 되돌아왔다

안 좋은 생각은 하지말고 현재에 집중하자

나는 시간이 다 될 때까지 계속 이 태평해보이는 나고영씨를 만진다

역시 고양이는 귀여워…

.
.
.

밥을 먹고 나서부터는 우리는 각각 지정된 숙소에 간다

보통 4인실이나 5인실을 쓰는데 나혼자 여자니 나는 특별하게 몇개 없는 2인실을 혼자 쓰게 되었다

"306호…"

나는 키 열쇠를 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 우리는 307호인데." -호시우미

우리?

호시우미 옆에는 카게야마랑 미야, 사쿠사, 코모리가 있었다

"저 그 옆에 2인실 써요."

6명이 같은 방에 배정된 거 같다

"혼자 2인실이라니~ 부럽다~"-미야

미야는 어린아이가 투정하듯이 말한다

정말 보면 볼수록 이미지가 깨지는 사람이네

나는 그들과 사사로운 대화를 하며 1층 로비에서 3층까지 걸어올라간다

엘레베이터를 타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나는 3층이니깐 그냥 계단으로 갈 거라고 하니 모두 계단으로 올라간다

'이렇게 따라올 필요는...'

"근데 사쿠사상 표정이 안 좋아보이는데요…"

힐끗 본 사쿠사의 표정이 오늘 본 표정 중에서 제일 안 좋아보인다

"혼자 방 쓰는 거 거절 당했데. "-코모리

아, 역시 결벽증…

사쿠사의 성격을 보아 저들과 함께 며칠씩이나 같은 방을 쓰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면 사쿠사상이랑 저랑 방 같이 쓸래요…?"

이후 나는 괜히 이 말을 했다고 엄청나게 후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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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29 18:39 | 조회 : 1,537 목록
작가의 말
먕루

갑자기 돈의 맛을 알게되었다..!(번뜻(인생은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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